그동안 안녕하십니까 ? 저는 별일 없이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3, 4일간은 뱃멀미 때문에 꼼짝을 못했는데, 얼마 후부터는 좀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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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식구를 모두 내던지고 저 혼자 이렇게 편히 이곳에 오게 되니 참으로 죄송하옵니다. 그러나, 좋은 시련과 체험이 되어 앞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미국은, 더욱이 이곳은 캐나다 인접 지경이 되어서 대단히 춥습니다. 시애틀에 2, 3일간 있은 후 터코마, 올림피아 등을 거쳐서 포틀랜드, 그 후는 어찌될는지 알 수가 없으나 두세 곳에 더 들른 후, 한국에는 4월 말이나 5월 초순까지는 돌아갈 것입니다.
28일 에버렛을 떠나 지금은 아나코테스라는 도시에 와 있습니다. 다음은 포트엔젤레스, 포틀랜드이며 4월 10일경에는 미국을 떠날 것이며, 한국에는 늦어도 4월 25, 26일 경에는 도착할 것입니다. 이 편지가 들어갈 때에는 세형이도 학교에 다니게 될 것인데, 참으로 그 모습이 보고 싶으며, 보지 못하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여기서 걱정한댔자 소용이 없으나, 미안합니다. 얼마 동안만 참아주시고, 앞으로는 행복하게 지냅시다. 그리워 죽겠습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있습니다.
4월 3일 마지막 도시 포틀랜드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3, 4일 있다가 한국으로 떠납니다. 그러하니 18일경 본사에 조회하면 부산이나 인천에 도착하는 일차(日次)를 알게 될 것입니다. 인구가 51만이나 되는 참으로 크고 화려한 도시입니다. 이 다음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당신과 다시 한 번 함께 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