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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난 쇠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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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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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쇠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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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시골 자그마한 동리에 이 동리에서 제일 첫째가는 부자가 살았는데그 부자의 이름은 그저 김 서방이라고만 동리 사람들이 불렀습니다. 돈 많은부자이건만 욕심 많고 인색하기로도 이름난 사람이었습니다. 김 서방은 그 슬하에 아들 둘을 두었는데 큰아들의 이름은 쇠돌이고 작은아들의 이름은 귀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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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복이는 영악하고 똑똑하게 생겼으므로 그 아버지와 어머니는 귀복이를 퍽 귀애하지만 쇠돌이는 얼굴도 못나게 생기고 또 변변치 못한 고로 그 아버지 어머니는 쇠돌이를 퍽 미워하여 쇠돌이라고 이름을 부르지 않고 ‘못난이’라고 늘 불렀습니다. 귀복이도 아버지 어머니가 하는 대로 형을 업수이 여기고 일상 ‘못난이’라고만 부르고 놀려댔습니다. 그러나 쇠돌이는 남은 놀리거나 말거나 저 할 일만 힘써 하고 도무지 아무러한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나 어머니가 시키시는 일이면 무슨 일이든지 꾀 안 부리고 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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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가 쇠돌이를 미워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큰 까닭이 또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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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쇠돌이가 못났다고 해서만 그러는 아니라 쇠돌이는 친아들이 아닌때문이었습니다. 쇠돌이가 어렸을 때에 쇠돌이를 낳은 정말 어머니는 과부였었는데 중간에 병이 들어서 어린 쇠돌이를 남겨놓고 이 세상을 떠났으므로김 서방이 동리 사람의 권고로 쇠돌이를 데려다가 오늘날까지 기른 것이었습니다. 밉기는 하지만은 여태까지 길러온 것을 아무 까닭 없이 그대로 내어쫓을 수는 없고 해서 갖은 힘드는 일을 모조리 시켜서 괴로워서 제자 제절로 나갈 때를 바랐지만 쇠돌이는 이런 줄을 모르고 저를 나아서 길러준 친어머니와 친아버지인 줄만 알고 아무리 힘 드는 일이라도 군말 없이 시키는 대로 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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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돌이는 알지 못하지만 귀복이는 쇠돌이가 친형이 아니요 아버지가 얻어 다 기른 아이인 줄 알기 때문에 쇠돌이를 몹시 미워하고 업수이 여겼습니다. 하루는 김 서방과 그 마누라가 마주 앉아서 무서운 계교를 꾸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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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저 원수 같은 것을 어쩌면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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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그것 때문에 큰 걱정이야…… 공연히 밥만 없애고 진작 내쫓아버리든지 없애버리든지 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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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시우, 그럼 좋은 수가 있소. 우물에 두레박이 빠졌으니 건져 오라구 해서 우물로 들어가거든 빠트려 죽여 버립시다. 그러면 누가 우리더러 빠트려 죽였다구 그러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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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마누라쟁이가 말하였습니다. 그러니까 김 서방은 고개를 끄덕끄덕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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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튿날 아침이었습니다. 김 서방은 쇠돌이를 불러들이어 뒤꼍 우물에 두레박이 빠졌으니 이따 저녁에 들어가서 건져 오라 하였습니다. 쇠돌이는 낮 에는 산으로 나무하러 갔다가 저녁에 돌아와서 아버지 분부대로 굵은 동아 줄 하나와 두레박 건지는 갈고리 하나를 가지고 우물 앞으로 갔습니다. 굵은동아줄 한 끝은 제 허리에다 매고 또 한 곳을 우물 옆에 섰는 큰 버드나무 에다 단단히 잡아맨 뒤 그 동아줄을 붙들고 우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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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에 김 서방은 그 아들 귀복이를 시키어 잘 드는 식칼로 버드나무에 매인 동아줄을 끊으라 하였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이 동아줄을 끊기만 하면쇠돌이는 가엾이 깊은 우물에 빠져 죽을 것입니다. 우물 속에 있는 쇠돌이는이런 못된 흉계가 우물 밖에서 일어난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입니다. 귀복이는 날이 싯퍼런 식칼을 들고 뒤꼍 우물 앞으로 뛰어갔습니다. 동아줄 끊는 식칼 소리가 식-식 나더니 눈 깜작할 동안에 그 굵은 동아줄은 ‘탁’하고 끊어졌습니다. 귀복이는 식칼을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습 니다. 못된 사람 세 식구는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쇠돌이가 지금쯤은 죽었으리라 하여 기쁜 듯이 소군거리며 빙글빙글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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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한 오라기에 몸을 의지하고 우물 속으로 내려가던 쇠돌이는 어찌 되었 습니까? 죽었을까요, 살았을까요? 못된 짓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착한 쇠돌이 못난 쇠돌이는 동아줄을 붙들고 우물 아래로 내려가서 양쪽 돌멩이 를 디디고 서서 갈고리로 두레박을 건지려 할 때 그때에 동아줄이 끊어져 내려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쇠돌이는 죽지 않고 살았습니다. 갑자기 동아줄 이 수투투 내려오니까 쇠돌이는 깜짝 놀라기는 했으나 줄을 느슨히 매어서 잘라져 내려 왔나보다 하고 별로 이상하게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갈고리를 가지고 암만 두레박을 찾으려 했지만 두레박은커녕 지푸라기 하나걸려 나오지 않았습니다. 빠트리지 않은 두레박이 걸려 나올 리가 있겠습니까? 쇠돌이를 죽이려고 거짓말을 한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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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돌이는 아무리 찾아도 없는 고로 하는 수 없이 여기저기 불숙불숙 나온 돌멩이를 더듬어 딛고서 얼마 후에 아무 일 없이 우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뜻밖에 우물에 빠져서 죽은 줄 알았던 원수의 쇠돌이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보고 세 식구는 쇠돌이 앞에서는 아무 말도 안하지만 분한 생각에 더욱더욱쇠돌이가 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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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날은 참다 참다못하여 깊은 산속 외딴 곳에 그리 넓지 않은 밭 하나 있는 것을 주어서 쇠돌이를 내어 쫓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김 서방은 쇠돌이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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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쇠돌아, 인젠 너도 저만큼 컸으니 밤낮 집에 들어앉아 있기만 해서 쓰겠니? 벌써부터 너 주려고 얻어 놓은 밭이 있으니 너는 오늘부터 그 밭 있 는 데 가서 집을 짓고 살든지 하고 다시는 집에 돌아올 생각을 말아라 자! 저기 벼 한 섬 내놓았으니 그것 가져다가 그 밭에 심어서 거두어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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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가장 친절하게 달랜 뒤에 벼 한 섬을 주어 내보냈습니다. 쇠돌이는 아무 말 없이 벼 한 섬을 짊어지고 산속으로 밭 있는 곳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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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돌이는 이곳에 오는 길로 괭이와 부삽을 가지고 밭을 패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밭이라 하여도 이름이 밭이지 산속이 되어서 어떻게 돌이 많은지 밤낮패어내도 돌 천지였습니다. 그러나 게으른 것을 모르고 자라난 쇠돌이는 밭 옆에다 움집을 하나 묻어놓고 거기서 자면서 새벽이면 일찍 일어나 쉬지 않고 자꾸자꾸 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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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돌이가 이같이 부지런히 밭을 패인지 한 달이 거의 가까워 오는 어떠한 날 아침이었습니다. 다른 날과 같이 이날도 일찍 일어나서 괭이로 밭을 파내기 시작하였는데 다른 날은 그렇지 않더니 이날은 웬일인지 땅 밑이 쿠렁쿠렁 하는 것 같고 괭이질을 할 때마다 땅속이 쾅! 쾅! 하고 울렸습니다. 쇠돌이는 그저 자꾸자꾸 패어내기만 하였습니다. 그때에 힘껏 내리찍는 괭이 끝 이 콱 하고 땅에 들어가 박히더니 아무리 잡아당겨도 괭이가 도무지 빠져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쇠돌이는 있는 힘을 다 내어 괭이를 힘껏 잡아당기니까 괭이 끝에 큼직한 궤짝 하나가 달려 나왔습니다. 쇠돌이는 깜짝 놀라서그 궤짝 위의 흙을 떨고 보니까 썩어서 녹이 시퍼렇게 슬은 구리 궤짝이었 습니다. 그 궤짝 뚜껑을 열어젖히자마자 그 속에서 눈이 부실만치 찬란한 금빛이 비치어 나왔습니다. 그 빛이 어찌도 찬란하던지 쇠돌이는 눈이 부시 어서 눈을 두 손으로 가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그 궤짝 속에는 누런 금덩어리가 가득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욕심이란 것을 알지 못하는 마음 착한 쇠돌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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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것을 누가 잃어버린 지 오래 되어서 이렇게 깊이 묻혀 있었던가보다. 이것은 얻은 것이니까 잃어버린 사람을 찾아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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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움집에다 옮겨다 두고 다시 일을 계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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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때때로 한 사람씩 지나가는 사람을 만날 적마다 누런 금덩어리 든 궤짝을 잃어버린 사람이 있거든 이리로 보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얼마 후에 김 서방이 사는 동리에까지 쇠돌이가 누런 금덩어리 들은 궤짝을 얻어놓고 임자를 찾아주려 한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욕심 많은 김 서방은 누런 금덩어리라니까 욕심이 더욱 치밀어서 어쩔 줄 모르다가 그 아들 귀복이를 보내어 그 금덩이를 가져오라 하였습니다. 김 서방을 쥐여 지르게 욕심이 많은 그 아들 귀복이는 커다란 자루 하나를 둘러매고 산속으로 쇠돌이가 사는 움집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쇠돌이는 아버지가 누런 금덩이의 임 자라는 말을 귀복이에게 듣고 아무 말 없이 그 금덩어리를 귀복이에게 모두내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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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복이는 어찌도 기쁘던지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서 금덩어리를 부대에다 담아서 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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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서방은 귀복이가 무사히 금덩어리를 한 부대나 가져왔다는 말을 듣고 기뻐서 한달음에 달려들어 금덩어리를 구경하려고 부대 주둥이를 열었습니 다. 그런데 이거 큰일 났습니다. 부대 주둥이를 열자마자 그 속에서 뽀얀 연기가 풀썩 하고 나더니 연기 속에서 머리에 뿔이 돋치고 얼굴이 무섭게 생 긴 온 몸뚱이가 새빨간 귀신 하나가 방망이를 들고 뛰어나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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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이 도적놈아! 이 금이 네 것이야? 응! 이 욕심꾸러기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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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김 서방 앞으로 달려들어서 머리, 팔, 다리, 엉덩이, 허리 할 것 없이 함부로 후려갈겼습니다. 어떻게 몹시 맞았던지 김 서방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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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고고,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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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애걸복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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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나는 돈 귀신이다. 자! 그럼 당장에 이 부대 속의 금덩이를 조금도 남기지 말고 다시 쇠돌이에게 가져가거라. 만일 그렇게 안 하면 이걸로 때려죽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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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방망이를 휘젓더니 다시 뽀얀 연기가 되어 부대 속으로 들어가 버렸 습니다. 부자는 쓰러진 채 일어나지도 못하고 귀복이를 시키어 도로 쇠돌이 에게 이 금덩어리 든 부대를 갖다 주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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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돌이는 귀복이가 가져갔던 누런 금덩이를 도로 가져오는 것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나서 물어보려 하니까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는 고로 묻지도 못하고 그대로 받아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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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에 김 서방은 돈 귀신에게 매 맞은 것이 분해서 견디지 못하여 분 풀이를 하려고 쇠돌이를 찾아왔습니다. 쇠돌이는 뜻밖에 아버지가 찾아온 것을 보고 퍽 반가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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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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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내어달아 인사를 하였습니다. 김 서방은 가뜩이나 화가 나는 김에 더- 열이 나서 주먹으로 쇠돌이의 뺨을 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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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아버지는 무슨 아버지야? 금덩이란 말을 듣고 가져갔다가 이렇게 몹시 맞아서 죽게 되었다. 이것은 모두 네 탓이다. 그래 분풀이를 하러 왔으니 너 좀 견디어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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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마른 나뭇가지를 꺾어 들고 인정사정없이 쇠돌이를 함부로 때렸습니 다. 쇠돌이가 정신을 잃고 넘어진 것을 보고서야 김 서방은 직성이 풀렸던지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래도 그 금이 욕심이 나서 한 덩이쯤이야 어떠랴 하는 생각으로 조그만 덩어리 하나를 궤짝에서 꺼내어 집어넣고 돌아갔습니다. 얼마 후에 쇠돌이는 정신을 차려 일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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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끼 모든 것이 다- 저 금덩이 때문이다. 저것만 치워버리면 관계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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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금덩이 든 궤짝을 등에 지고 깊은 냇가에 이르러 냇물에 띄워버렸습 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로 밭 부치기에만 골몰하였습니다. 그 후로는 아무 걱정 없이 일을 즐거움으로 여기고 재미있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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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김 서방은 금덩이 하나 가지고 간 뒤로 밤이면 돈 귀신이 나와서 집안사람들을 못살게 굴다가 나중에는 귀신이 그 집에다 불을 질렀습니다. 김 서방과 그 마누라와 그 아들 귀복이는 그 불속에 싸여 타 죽어버렸습니다.
【원문】못난 쇠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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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8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