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컴컴한 속에서 벽을 뚫고 종이로 바른 들창의 불이 빤히 비친다)
3
여자 (히스테릭하게) 저리 돌려요 술내 나느만!
4
남자 (능글맞게) 그래도 한잔 먹으니 만사태평이다.
6
남자 흥 아서라, 이방 저방 해도 서방이 제일 좋고, 응 이집 저집 해도 계집이 제일 좋단다.
7
여자 무척 좋겠구먼! (間) 서방이라면 이가 갈린다.
11
여자 괜히 술 처먹고 와서는 남은 곤해 죽겠는데 잠도 못 자게 지랄이야! 저리 비켜나.
13
여자 치면 어때! 왜 술 처먹고 지랄이야!
14
남자 (조금 성이 나서)술을 먹었으면 네가 사주었데?
15
여자 어느 엠병할 놈이 술을 사 처먹여놓고 남 잠을 못자게 해! 지랄들을 같게 하느라고.
19
여자 술 처먹은 사람이 지랄이지 누가 지랄이야!
26
남자 (조금 더 성이 나서) 아, 이년을 그저.
31
여자 무슨 죄야 죄가? 인제는 별 빌어먹을 소리를 다 듣겠네.
33
여자 알면 어때? 내가 역적 도모를 했나?
35
여자 무어야 무엇? 무어이 어쨌단 말이야?
36
남자 이년이 가만히 두어두니까 나를 병신 천치로 아나베.
39
여자 그래도 못났다는 소리는 듣기 싫지?
43
여자 왜 죽여? 왜 죽여? 등신같이 앉혀놓고 벌어먹이는 죄로.
44
남자 그게 벌어멕인 거냐? 네가 벌어멕인 거야 이년아?
45
여자 아니 입때까지 배지 부르고 등 뜨듯하게 살아온게 뉘 덕이야?
46
남자 그게 이년아, 네가 일해서 벌은 거야?
47
여자 아무렇게 벌었건? 도적질한 것 아니고 그나마 벌어오니까 뱃놈의 개같이 처먹이는 잘하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