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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낙비와 쓰르라미

산뜻한 바람이 휙 지나가면서 뚝뚝 밤알 같은 빗낱이 땅바닥을 기운차게 내리때린다 한낱 두낱 . 셀 틈도 없이 뚝 뚝 뚝뚝하다가 그만 와스스 쏟아져 버린다.

좍좍 설대 같은 빗줄기가 빈틈없이 쏟아진다. 금시에 처맛물이 내리며 땅바닥에 검붉은 물줄이 꿈틀거린다.

한참 동안 잊은 듯이 쏟아지다가 뚝 그치고는 가는비만 솔솔 내린다.

또다시 쏟아진다. 앞서만은 못하나 그래도 기세가 호기(豪氣)롭다.

또 그쳤다가 다시 쏟아진다.

소낙비 삼형제가 다 지나갔다. 떠밀어도 움직이지 아니할 듯이 끄윽 덮였던 무거운 구름장이 이리저리 뭉실뭉실 흩어지기 시작하며 떠들린 구름 사이로 고운 햇발이 족족 벋어나온다. 내리다 남은 가는비가 햇빛에 비치어 금색이 영롱하게 날린다.

물에 젖은 나뭇잎도 가벼운 바람에 남실거리며 반득반득 햇빛에 반득인다.

비에 그쳤던 쓰르라미가 좌아 울기 시작한다.

“뜨 ㅡ ㄹ람 뜨ㄹ ㅡ 람”여기저기 숲이 우거진 곳마다 서로 겨루듯이 길게 목을 빼어 마음놓고 운다.

해는 거운거운 넘어가려 하고 동편으로 고운 무지개가 선연히 나타난다.

말쑥하게 씻어내린 앞산…… 그리고 산기슭가로 있는 동리에서는 저녁 짓는 연기가 뾰욕뾰욕 솟아오른다.

무겁던 더위…… 아득하던 소낙비의 소음……이 다 지나가고 산뜻하게 갠 날에 길게길게 목을 놓아 우는 쓰르라미는 델리케트하고도 유장하다. 뜨 ㅡ ㄹ람 뜨 ㅡ ㄹ람 뜨 ㅡ ㄹ람……

<別乾坤[별건곤] 1930년 8월호>

【원문】소낙비와 쓰르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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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정보

	◈ 기본 # 소낙비와 쓰르라미 [제목] ◦ 채만식(蔡萬植) [저자] ◦ 별건곤(別乾坤) [출처] ◦ 1930년 [발표] ◦ 수필(隨筆) [분류] ◈ 참조 ◦ 소나기(-) ◦ 쓰르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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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2022년 0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