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전기 문신 신광한의 「서재야회록」·「안빙몽유록」·「최생우진기」 등을 수록한 소설집.

‘기재기(企齋記)’라고도 한다. 고려대학교 만송문고(晩松文庫)에 목판본 1책, 일본 덴리대학(天理大學) 이마니시문고(今西文庫)에 필사본 1책이 수장되어 있다.

목판본은 97면, 매면 9행, 매행 16자로, 판심(版心)에는 ‘기이(記異)’라 판각되어 있고, 권말에는 3면에 걸친 신호(申濩)의 발문이 있다. 필사본은 68면, 매면 9행, 매행 18자씩 필사되어 있고, ‘이마니시문고’라는 장서인이 찍혀 있다.

양본 모두 「안빙몽유록 安憑夢遊錄」·「서재야회록 書齋夜會錄」·「최생우진기 崔生遇眞記」·「하생기우록 何生奇遇錄」의 네편을 차례로 수록하고 있다. 「서재야회록」·「안빙몽유록」·「최생우진기」 세 편은 규장각도서 『수성지 愁城志』에 첨부, 필사되어 있다.

「안빙몽유록」은 『필사본고전소설전집』 권3에, 「최생우진기」는 임명덕편 『한국한문소설전집』 권9에 재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신숙주(申叔舟)의 손자인 기재(企齋) 신광한이 확실하다. 『기재기이』의 발문에 “記異一帙卽今贊成公企齋相公所著也(기이일질즉금찬성공기재상공소저야)”의 기록이 있다.

간행 시기는 “時嘉靖紀元之三十二年孟秋望後三日(시가정기원지삼십이년맹추망후삼일)”이라 명기되었으니 1553년 7월 18일에 간행되었음이 분명하다. 발문은 “門人校書館別提申濩謹百拜以書(문인교서관별제신호근백배이서)”라 기록되어 있어 신호가 썼음을 알 수 있다.

홍섬(洪暹)이 쓴 「문간공행장 文簡公行狀」 묘지명을 보면, 신광한의 할아버지는 숙주이며, 아버지는 형(泂)이다. 신광한은 72살에 죽었다. 이조판서·양관대제학·좌찬성 등 숱한 현직을 두루 거쳤으며, 문장이 능하고 필력이 빼어난 당대의 석학이었다.

신광한은 37세 때에는 삼척부사를 자원하여 두타동천(頭陀洞天)을 자주 찾아 풍류를 즐겼다. 「최생우진기」는 이 두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41세 때는 여주 원형리에서 결복할 동안 서재를 짓고 서책을 벗삼아 여러 해 동안 두문불출하였다.

「서재야회록」이 서재를 배경으로 서술된 것은 이 시기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말년에는 낙봉정사(駱峯精舍)에 독서당을 짓고 가지가지 수목과 화초를 심고 즐기다가 죽었다. 「안빙몽유록」이 이 화원을 배경으로 그리고 있다.

『기재기이』는 신광한 자신의 신변을 소재로 한 창작집이다. 발문을 보면 이미 당시에 심상소설(尋常小說)이 사본으로 필사되어 읽혀지고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신호와 그의 친구 조완벽(趙完璧)이 “스승이 쓴 『기재기이』가 비록 도덕적 교훈서는 아니지만 그의 인품의 유로이니 별도 간행하여 후학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려 한다.”고 한 것으로 보면 당시에 소설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보우(普雨)의 「왕랑반혼전 王郎返魂傳」이 1637년(인조 15)에 화엄사본으로 간행되고, 소설문학의 효시라고 일컬어온 김시습(金時習)의 「금오신화」가 일본에서 1653년(효종 4)에 간행된 데 비하면, 이보다 이른 시기에 『기재기이』는 그의 문집과는 별도로, 1553년에 소설집 단행본으로 간행되었다.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