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2016년). 1부『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2부 『몽고반점』, 그리고 3부『나무 불꽃』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체와 밀도있는 구성력이라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혀 점점 육식을 멀리하고 스스로가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하는 영혜를 주인공으로 각 편에서 다른 화자가 등장한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 《몽고반점》에서는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진작가인 영혜의 형부, 세번째 《나무 불꽃》에서는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했으나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혜가 화자로 등장한다.
잔잔한 목소리지만 숨 막힐 듯한 흡인력이 돋보이는 이 소설은 상처받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인 상상력을 결합시켜 섬뜩하지만 아름다운 미적 경지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저자가 발표해온 작품에 등장했던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의 문제를 한데 집약시켜놓은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줄거리
채식주의자
안정된 가정의 주부로 남편을 내조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 온 주인공 영혜는, 어느 날 피를 뚝뚝 흘리며 생고기를 먹는 꿈을 꾸고 난 뒤 채식을 선언하고 나날이 야위어 간다. 그녀의 남편과 가족들은 그녀를 이해하려 하는 대신채식을 멈추길 강요하며 갈등을 겪는다. 급기야 월남 파병 군인 출신의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그녀의 입에 억지로 고기를 밀어 넣자, 그녀는 가족들 앞에서 칼로 자신의 손목을 긋는다.
몽고반점
비디오 아티스트인 민호(영혜의 형부)는 영혜의 엉덩이에 꽃잎 모양의 몽골 반점이 있다는 아내(인혜)의 얘기를 듣자 강렬한 예술적 영감을 느낀다. 아내 몰래 처제의 동의를 얻어 내고 그녀의 나신에 꽃을 그리며 그 과정을 촬영한다. 만족과 함께 아쉬움을 느낀 민호는 후배 아티스트를 남성 모델로 섭외하여 두 사람의 몸에 꽃을 그리고 그들의 육체적 교감을 촬영하지만, 실제로 성기를 삽입하라는 민호의 요구에 당혹감을 느낀 남성 모델의 거부로 중단된다. 민호는 작업을 완성하고 싶은 욕망과 몽고반점으로부터 커진 성적 욕망에 휩싸인 채 옛 연인을 찾아가 자신의 몸에 꽃을 그린 후 스스로 영혜와 몸을 섞으며 촬영한다. 다음 날 아침 동생이 걱정되어 찾아 온 인혜는 캠코더에 담긴 영상과 나체로 잠든 그들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 채 신고한다. 신고를 받고 달려드는 사람들과 구경하는 사람들의 소란 속에서 영혜는 꽃이 그려진 나신으로 햇살이 비쳐드는 베란다를 향하고, 민호는 뛰어내려 모든 걸 끝내고 싶은 욕망 속에서도 영혜를 바라보며 못박힌 듯 서 있었다.
나무 불꽃
비디오 촬영 사건(?) 이후 인혜는 남편과 헤어져 혼자 아들을 키우며 정신과 치료를 받는 동생 영혜를 돌본다. 상태가 악화된 영혜는 산 속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하지만 신경성 식욕 부진증과 정신 분열증은 날로 깊어지며 자신을 식물로 여긴다. 어느 날 병원을 탈출한 인혜는 "자신이 반짝이는 나무 중 하나인 것처럼 비에 젖어 있는" 채 숲에 서 있다가 구출된다. 는 것이 발견된다. 음식 섭취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영혜는 진정제를 투여하겠다는 간호사를 물어뜯기에 이른다. 인혜는 영혜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구급차 안에서 지나치는 나무들을 바라본다.
3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1편인 『채식주의자』는 《창작과비평》 2004년 여름호에, 2편인 『몽고반점』은 《문학과사회》 2004년 가을호에, 3편인 『나무불꽃』은 《문학 판》 2005년 겨울호에 처음 발표되었다.
단행본으로 창비에서 2007년 출판.